재밌다고들 하지만 나는 두번 다시 하지 않을 일

번역가가 고생 했을 것 같은 신랄하면서도 거침 없는 문장이 인상적인 책이였다. 세세한 것까지 파고들어 급기야 본문보다 긴 주석을 만들어 내고 자신의 이야기를 뒷받침하기 위한 생각들이 꼬를 물고 이어져서 최초에 무엇때문에 이렇게 까지 흘러왔는지 잊어버릴 정도였다.

총9개의 에세이를 모아 낸 이 책을 읽고 있자면 작가가 얼마나 집요하게 주제를 파고들었는지 자연스럽게 손시래치면서 네가 맞다. 맞는 걸로 하자고 GG를 칠 정도였다.

책 제목과 동일한 “재밌다고들 하지만 나는 두번 다시 하지 않을 일“은 크루즈여행에 대해서 쓴 내용으로 다분히 본인을 제 3의 인물로 규정하고 이단아로써 행동한다. 크루즈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일을 소개하면서 -현실이라면 벌어지지 않을 아이러니함- 그것이 어떻게 아이러니 한 것인지를 조목조목 따지는 장면을 떠올리면 아직 한번도 안타봤지만 크루즈 여행에 신물이 올라올 정도였다.

재미있게 읽었던 에세이로는 “권위와 미국 영어 어법“과 “랍스터를 생각해봐” 였다.

권위와 미국 영어 어법“은 사전의 서평을 써야하는 데, 서평이라함은 (다른 사전에 비해서) 어떤 것이 뛰어나다는 형태를 갖춰야한다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결국 그가 가지고 있는 언어에 대한 생각을 모두 나열하는 형태로 에세이는 진행된다. 언어는 변화하는 것인데 어떤 변화는 정사로 받아들어지고 어떤 변화는 일탈이 되는가?에 대한 생각 부터, 흑인이 사용하는 언어는 왜 미국사전에 실릴 수 없는가? 결국 미국 사전에 정의된 단어/문장도 결국 영어라는 큰 틀에서보면 백인(지식층)이 사용하는 사투리 아닌가? 또래에 받아들여지기 위해서 지역영어를 쓰는 것이 옳은가? 아니면 교육을 위해서 정통이라 설정된 영어를 쓰는 것이 옳은가? 다양한 생각이 뒤엉키고서야 해당 사전이 어떤 점에서 좋다고 정의 내리는 것을 보고 있자니 번역하는 사람이 한국어에 맞게 변화시켜 초월해석해야하는 부분들의 고충이 보였기 때문에 특히 재미있게 있었고,

랍스터를 생각해봐“는 랍스터 축제를 내용으로 쓴 에세이로 과거 일꾼이 먹던 음식에서 고급식재료로 대우받기까지의 역사적 사실, 랍스터가 생물학적으로 갖는 특징 때문에 산채로 끓이는 것이나, 머리를 톡쳐서 끓이는 것이나, 천천이 낮은 온도에서 높은 온도에서 끓이는 것이나 무척 고통스러울 것이라는 과학적 사실, 산채로 바로 먹을 수 있는 음식적인 가치 등등등을 나열하면서 인문학적 과학적 정서적 … 다양한 시각과 측면에서 조명함으로써 단순히 식재료로만 바라봤던 랍스터와도 이런 교감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이 재미 있었다.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딴길로 새버리는 나무위키처럼 확실히 재미있다. 하지만 뭘 읽고 있는지 놓치면 한도 끝도없이 옆길로 새버릴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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