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 사파리: 하층계급은 왜 분노하는가

책을 끝까지 읽다보면 “가난 사파리”라는 표현 만큼이나 하층계급을 바라보는 시선을 잘 표현한 말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작가가 래퍼출신이라고 하길래 강한 어조와 자극적인 내용을 우려했었지만 오히려 차분한 어조와 객관성을 유지하고 있었고 책을 읽어가면서 그가 처했던 환경에서 이런 생각으로의 전환이 얼마나 어려운 일이였을지 감이 오지 않았다.

이 책이 대단하다고 느낀 점은 소위말하는 지식인, 기득권에서 알은체 하면서 타인이나 타 그룹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닌 스스로 하층계급의 일원으로써 그곳을 삶을 조명했다는 점이다. 1알다시피 일단 먹고 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되어야 주변을 둘러볼 수 있게된다는 점에서 하층계급이 환경, 경제, 사회에 대해서 객관적으로 사유하기가 기득권이 환경, 경제, 사회에 대해서 사유하는 것과 비교하여 휠씬 어렵다는 점을 고려해봐야 한다. 스스로를 하층계급이라 이야기하며 자신의 삶이 평범한 가정이라고 생각하며 자란 어린시절,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과도하게 긴장된 삶을 살았고 여느 동네 아이들처럼 약물과 술에 중독되었으며 그것이 얼마나 자신이 처한 환경에서 손쉽게 일어날 수 있는지를 설명했다. (일시적인 지원이나 의지로 해결될 수 없다는 것이 명명백백했다.)

하층계급이 화가 나있는 가장 큰 이유는 자신들이 처한 환경에 대한 개선이 절실한 대도 평상 시에는 대다수를 차지하는 중간계급의 이권에 의해 가려지거나 은폐되다가 큰 사건이나 사고가 발생하면 마치 사파리에 구경오는 사람들처럼 정치가, 여론가, 예술가가 몰려와 삶을 헤집어 놓고 훈계하고 선심쓰듯 무엇인가 제시하지만 전시행정(展示行政)에 그치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정말로 하층계급에 관심이 있고 환경개선을 위해 다가오는 사람들에게 까지 색안경을 끼고 볼 수 밖에 없고, 설령 그런 사람들을 믿게 되더라도 그 사람 또한 지원을 받기 위해 모종의 쇼를 해야하거나 하층계급이 원하는 것에 반하는 일을 해야할 때도 발생하기 때문이다.

최대한 객관적으로 조명하려고 노력하면서도 자신의 삶에 깊숙한 곳까지 보여주는 것을 통해 스스로를 “가난 사파리”의 대상으로 몰아넣음으로써 관심을 이끌어 내었고 그런 관심을 바탕으로 자기가 소속된 공동체가 처해있는 환경을 조목조목 설명하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였다. 인스턴스 사회에서 자극적이고 공격적인 것이 주목받는 시대에 오랜만에 나를 계몽할 수 있는 글을 만나게 되어 좋았고 비단 하층계급을 이해하는 것 뿐 아니라 내가 속해있지 않은 다른 집단을 이해하는 사고방식을 키울 수 있어 적극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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