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 기억된 남자

책을 읽다보면 자연스럽게 베스트셀러나 스테디셀러를 많이 읽게 된다. 이러한 책은 프렌차이즈 체인점과 같아서 익숙함과 기대치에 부합하고는 한다. –즉, 실패하기가 어렵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그러다보면 다양한 주제와 내용 그리고 색다르게 풀어가는 이야기를 만나기 어렵다. (베스트셀러는 어느정도 마케팅의 일환으로 시작하여 추종하는 레밍쥐에 의해 완성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북아일랜드 작가라고 하는 데, 무려 데뷔작이였다. 역시나처럼 수많은 거절을 딛고 여러 언어로 번역되는 것은 정말 대단한 일인 것 같다. 어쨌든 이 책이 재미있었던 이유와 같은 이유 때문일 것으로 추정된 수많은 거절의 사유를 생각해봤다. (개인적인 생각이다.)

  • 매력없는 주인공
    남자 주인공은 입양된 고아에 중년을 넘어서는 농부이다. 머리숱도 없고 숫기도 없고 심지어 모태솔로(?)에 술, 담배까지… 어느하나 주인공 스러운 곳이 없어 초반에 정을 주기가 너무 힘들다. 여자 주인공도 마찬가지이다. 노처녀에 학교교사로 별 매력을 느끼기 힘든 것이 마찬가지이다.
  • 심심한 이야기 라인
    스펙타클한 사건이 없다. 그냥 노총각이 주변의 조언에 따라 노처녀를 만나면서 벌어지는 헤프닝이다. 딱히 사랑스럽거나 꽁냥꽁냥하는 것도 아니다. 신문을 통해서 펜팔을 하고 우여곡절 끝에 2번의 편지 왕래와 3번 마주치거나 만난다. 중간중간 어렸을 때 고아원(?)에서 학대 받는 씬과의 교차로 이루어져있다.

크게 위 두가지가 데뷔작으로써 주목받지 못한 큰 이유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여기서 반전은 저 큰 두가지 이유 때문에 이 책을 재미있게 읽은 것도 사실이다.

  • 점점 호감가는 주인공
    초반부터 아무런 기대도 없었던 주인공이기 때문에 점점 이야기가 풀리면서 안쓰러운 생각도 들고 응원하고 싶은 마음도 생긴다. 그리고 우리의 인생처럼 내 인생의 주인공은 나지만 어느 책, 영화나 드라마의 주인공과 같지 않듯 그리고 조연과 같다는 생각을 하면 영화/드라마/책은 그저 판타지로 소비되는데, 이 경우는 인생을 읽는 느낌이 들어서 또다른 몰입이 가능하게 했다.
  • 결국 인생 이야기
    인생의 대부분은 심심한 이야기로 체워진다. 몇몇 스펙타클한 사건도 객관적으로 놓고 보면 뉴스에 1면을 장식하거나 영화화 소설화되기 어렵기는 매한가지이다. 오히려 옆에서 있을 법한 소소한 이야기가 주인공과 맞물리면서 현실 같은 세계로 빠져들게 만들었다. (심지어 심심한 이야기 라인이라고 했지만 내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이에 버금가는 사건을 겪은 적도 없다.)

빨간머리 앤” 드라마가 생각나는 소설이다. 버려진 고아가 중년이 되고 자신의 과거의 사실을 알게된다는 것? 다른 점이라면 “빨간머리 앤 – ANNE“은 매력적인 숙녀이고 쾌활한 성격이라 보고만 있어도 웃음이 지어진다면, 이 소설의 주인공들은 실제 고아가 되어 고아원을 겪어면서 정서적으로 교육적으로 얼마나 힘든시간이 되었을지를 중년의 모습을 통해 보여준다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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