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생활을 2007년 12월에 시작했으니 12년(2020년 1월 현재)이나 되었다. 회사에 적응하기도 바빳던 신입사원을 지나 대리 그리고 신입사원때 그렇게 대하기 어렵고 멀어보이던 과장이 되는 순간, 이제 들어오는 신입사원이 내가 과장에게 느꼈을 감정을 느낄 것이라 생각하니 마음이 묘했다. 난 아직도 회사에 적응하기 바쁘고 부조리한 부분에 불만이 많은데 그런 티를 마음대로 낼 수 없다는 사실에… 그리고 결국 회사생활을 하다보면 (착실히 한다는 가정하에서) 차장, 부장이 될텐데… 결국 팀장님도 그 위에 상무님도 사실은 나와 크게 다를 바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조금씩 들기 시작했다.
신입사원 때를 돌이켜보면, 참 패기 넘치는 아이였던 것 같다. 부조리하거나 억울한게 있으면 선임에게 대들기도하고 그냥 속시원히 이야기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 일을 배워 가면서 차츰 업무에 적응 될 때 쯤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환경이 너무 좋았다. 운영업무가 BASE 였지만 M&A로 새로 편입된 회사의 IT시스템을 흡수하기 위한 전략 수립(물론 내가 전략수립을 한건 아니지만 옆에서 볼 기회가 있다는 것은 정말 좋은 기회였다.)과 시스템 통합을 진행하는 것도 다양한 산업환경(중공업, 소비재, 제조업)을 아우르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각 산업환경의 특징을 보게된 것도… 다 나에게 큰 도움이 되었다.
대리를 달고 나서는 운영업무에 대한 Ownership이 강화되고 기획/분석 업무에도 의견을 낼 수 있게 되어 바빴지만 재미있게 일했던 기억이 난다. 의견이 적극 반영되어 프로젝트가 진행되거나 운영중 발생한 문제를 Troubleshooting하고 원인을 찾아내면 그 뿌듯함이야 말로 할 수 없었다. 그리고 신입직원에 교육업무가 떨어진 것도 이때쯤 이였던 것 같다.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을 못해서일까? 처음 받은 신입에게 너무 많은 것을 요구했고 그에 따라서 실망되 많이 했던 기억이 있다. 지금은 그들의 문제가 아니라 나의 문제였음을 알지만 그 당시에는 내 일은 많고 빨리 못따라오는 그들이 잘못됬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과장을 달고 나서는 업무에 여러 회의(懷疑)가 밀려들어왔다. 나를 잘 따라와 디테일하게 이것저것 요청하지 않아도 알아서 수행하는 대리도 생겼고 그 밑의 사원도 들어와 물리적으로 바쁜 것은 지나갔지만 정신적으로는 코너에 몰려있었던 것 같다. 아마도 경영악화에 따른 회사에서 내려온 불합리적인 요구사항들 때문에 더 그랬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첫 회사를 9년만에 떠나고 기약없는 휴식기를 맞이하게 되었다. 결과적으로는 딱 1년 쉬고 Freelancer로 일을 시작했지만 어쨌든 그 당시에만 해도 일 걱정은 전혀 하지 않은체 그냥 그만두었다. 그렇게 코너에 몰려있었다는 의미 일 것이다.
과거의 명함을 쭉 정리해보니 추억이 새록새록 들었다. 물론 명함에는 휴식을 가진 내용이나, Freelancer로 활동한 이력은 들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이렇게 물리적인 무엇인가가 있으니 더 내가 회사생활을 오래 하긴 했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1년 휴식기, 참 많은 생각을 햇던 것 같다. 실제로 은퇴했다고 생각했고 다른 인생을 살겠다고 여러가지를 고민했었다. 결과적으로 “배운 것이 도둑질이다.”라는 말처럼 IT로 돌아와 Freelancer를 하게 되었고, 회사생활에서 배운 많은 것들이 도움이 되었다. 그 전까지 경력이라 함은 기술을 지칭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기술 보다는 사람과의 관계를 만들어가는 것, 회사의 시스템을 빨리 파악하는 것, 대상자에게 맞는 문서를 작성하고 제공하는 것 등, 비기술적인 부분이 더 크게 도움이 된 다는 것을 깨달았다.
Freelancer기간에 정말 많은 변화가 있었다. 회사라는 울타리가 없으면 스스로 보호할 장치를 만들어야한다는 것부터 시작하여 (회사가 Benefit만큼 아니 그보다 더 큰 돈을 공제하고 월급을 주는 것은 사실이지만) 어쨌든 회사의 울타리가 든든한 버팀목이였다는 것을 느끼게 된 것이다. 향후 회사를 운영하게된다면 고려해야하는 것들도 넌지시 알게된 것 같다. 명함에서 나타난 것과 같이, 2019년 12월 MS에 소속되어 일하게 되었다. 만약 퇴사하지 않고 회사에 남아있었다면, 혹은 퇴사이후에 전혀 다른 일을 시작해봤다면… 다양한 선택지가 있었겠지만 결과적으로 무엇을 선택하던지 그 안에 최선을 다하는 자세가 가장 중요한 것이 아닐까? 이제 새로운 시작을 앞두고 조금은 겁없이 결정하되 최선을 다해보자는 다짐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