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재미있는 단편을 읽었다. SF단편인데, 작가가 중국사람이라 중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문화/역사/정서가 녹아 있어 신선한 느낌을 받았다. 그 중 재미있게 읽었던 단편에 대해서 독후감을 남긴다.
종이 동물원
아버지는 미국인, 어머니는 중국인 사이에서 태어나 미국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어머니를 부정하다가 어머니가 죽고나서 어머니의 삶에 대해서 알게된다는 내용이다. 종이 접기에 생명을 불어넣을 수 있는 어머니로 부터 종이 동물들을 선물 받게 된다. 어릴 적에는 좋은 친구들이였지만 나이들고 나니 실제 동물들이 움직였던 것인지 아니면 그때 상상력이 좋았던 것인지 잊혀질 때쯤 되어 어머니가 위독하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이미 어머니와는 소원한 상태이다.- 어머니의 첫번째 기일에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 종이 호랑이를 통해서 어머니의 삶을 조명해준다. 이민자의 삶과 역사를 생각해보게 하는 소설
상태 변화
이 소설은 모든 사람에게 물질화된 영혼이 옆에 존재하는 세계관을 가지고 있다. 주인공 여자의 영혼은 얼음, 집에서는 냉동실에 보관하지만 이동을 위해서는 보온병을 이용해야 한다. (여러 현실 위인들의 전기를 읽는 여자를 통해서 위인들이 가지고 있던 영혼을 같이 설명하는 부분은 현실을 교묘하게 연결시켜 놓았다.) 여자는 자신의 얼음을 희생하고서야, 자신의 진정한 영혼이 무엇인지 깨닫게 된다는 것이 이 소설이 주는 교훈이랄까?
천생 연분
AI에 의해 모든 것이 나에게 추천되는 사회, 남자는 AI의 추천을 만족해 하며 살아간다. AI는 좀 더 남자의 사생활을 정보로 더 정확한 판단을 내려준다. 어느날 옆집에 여자가 이사오고, 병적으로 수집되는 정보를 피하려고 노력하는 것을 이상하게 생각하게 된다.
AI가 추천해준 것이 과연 내가 원하던 것일까? 아니면 그들이 원하는 내가 되어가는 것일까? 정보화된 현대 사회에 정보를 Filtering 하는 것은 무엇이며 객관적이라 할 수 있는 것일까? Google이나 기타 Social Market에서 추천해주는 것들을 보면서 읽으면 더 소름돋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고급 지적 생물종의 책 만들기 습성
각기 다른 다양한 생물종이 책을 어떻게 만드는지를 기술한 소설. 레코드판처럼 본인의 입을 부벼서 내용과 소리를 그대로 재현해내는 생물종이라든지, 자신의 신체 일부에 기록을 세기고 그것을 띄어내어 후손에 전달하는 생물종이라든지… 작가가 지적 생물종이라면 정보를 전달해야 발전할 수 있다는 것과 그것이 꼭 종이책과 같은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것에 머물지 않고 다양한 방법을 생각해냈다는 것이 특이하고 재미 있었다.
레귤러
군인, 경찰, 판사와 같이 객관적이여야하는 사람은 판단 감정을 통제할 수 있는 장치를 필수로 달아야 한다. 지금은 사립탐정인 주인공은 한때 자신의 딸이 인질로 잡혀있을 때, 레귤레이터를 키지 않아 감정적으로 대응하여 인질을 모두 죽게 만들었다는 죄책감으로 경찰을 그만두고 상시 레귤레이터를 켜고 살아가고 있다. 새로운 살인 사건에 흥미를 느끼고 접근하고 범인을 잡으려는 찰라 범인은 모든 기계를 오작동시키는 장치를 이용해 주인공의 레귤레이터를 꺼지게 만든다. 감정이 홍수처럼 밀려오고 그때와 데자뷰와 같은 상황이 벌어진다.
송사와 원숭이 왕
글을 읽을 수 있는 것과 말 제간으로 서민의 소송을 대리하는 송사의 이야기이다. 그의 머릿속에는 원숭이 왕-손오공-이 사는데, 하나의 소송을 맡게 됨으로써 목숨이 걸린 상황에 닥치게 된다. 송사는 원숭이 왕과 영웅이란 무엇일까에 대해서 토론한다. 그리고 자신은 영웅이 아니라고 이야기 하지만 결국 환경에 맞춰 최선을 다하는 편을 택했고 죽게 되었다. 영웅이 특별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 상황과 환경에서 죽을 줄 알면서도 대의를 이루려 노력하는 수만은 일반인들로 부터 만들어진다는 이야기로 실제 중국역사에 결과에 대한 과정에 상상을 덧붙힌 것이라 집중해서 읽을 수 있었다.
시뮬라크럼
영국드라마 “블랙미러“가 생각났다. 시뮬라크럼은 사진, 동영상처럼 특정 시점을 기록하는 장치이긴 하지만, 그 시점의 대상과 상호작용 가능하다. 주인공은 시뮬러크럼을 만든 제작자로써 많은 연구 끝에 상용화에 성공한다. 딸과 관계가 틀어지고 주인공은 어린 딸의 시뮬라크럼을 매일 재생하면서 아이를 그리워하고 매일 그 날에 갖혀서 지낸다. 과연 누가 내 특정 시점의 시뮬라크럼을 가지고 있고 그 대상과 상호작용하는 모습을 상상해보니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밖에 “즐거운 사냥하길“은 Netfix의 “Love, Death+Robot”의 “Good Hunting”으로 먼저 접햇는 데, 중국 색체의 스팀펑크 SF라 신선했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책이 원작이였음을 미리알았으면 더 좋았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중국의 아픈 역사를 다룬 내용이 많은데 사료조사를 통한 현실과 상상을 적절히 버버무린 것이 단편소설로 재미를 성공적으로 주었다고 생각한다. “파지점술사“는 글자(한자)를 분해하과 재해석하여 점술을 행하는 사람을 통해서… “송사와 원숭이 왕“은 한 송사(머릿속에 원숭이왕-손오공-과 대화하는)를 통해서… “태평양 황단 터널 약사(略史)“는 태평양을 연결하는 사업이 있었다는 대체역사를 통해서… 대학살이라든지, 위안부 등의 내용을 담아 냈다.
외계생명체 고찰과 관련된 내용도 많았는 데, “고급 지적 생물종의 책 만들기 습성“, “상급독자를 위한 비교 인지 그림책“, “파(波)” 등이 그것이다. “파(波)” 같은 경우는 인류가 우주로 나감에 따라 그 형태와 삶의 방식이 변하는 과정이 흥미롭게 그려져 있어 재미있게 읽었다